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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복,ss번역] 귤색 사워 데이즈
글쓴이
어-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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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all.dcinside.com/sunshine/1200715
  • 2017-05-03 23:39:34


원: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7984678

屋上 작가님: http://www.pixiv.net/member.php?id=1230178


작가님 허락 맡고 번역한 소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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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우치카「바다색 사워 데이즈」


 


 


       ・


 


 


귤색 아이스를 내밀지 못해서.


그날, 나와 요우쨩은 친구가 아니게 되었다.


 


 


      ・


 


 


놀랄 정도로 하늘이 맑아서 학교에 가지 않기로 했다.


리코쨩보다 늦게 나가면 데리러 올테고, 꾀병을 부려서 걱정끼치는 것도 조금 마음에 걸리니까 나는 편지를 남기고 아침일찍 집에서 나왔다.  빨리 일어나려고 한 것도 아니었고, 이젠 완전히 잠들 수 없어져서 평소 등교하는 시간보다 한시간은 일찍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일부러 휴대폰은 그대로 두었고, 가지고 있는건 내용물이 그닥 들어있지않은 지갑뿐. 걸리지 않기 위해서 교복만은 제대로 착용. 편지에 남긴 말은 물론,「여행을 갑니다. 저녁에는 돌아올게요」였다.


집에서 나온지 이초만에 보이는 바다는 오늘도 하늘을 비춰서 파랗게――어라, 바다가 파란 이유가 이게 맞던가?――따끔따끔하던 마음의 가시까지 흘러가버릴것 같아서, 나는 급하게 눈을 돌렸다. 이 따끔거림은 분명 필요한 따끔거림일테니까. 위를 향해 걷기로 정하고, 나는 어쨌든 걷기 시작했다.


내 집에서 일분도 되지않는 거리에 미토시-, 이즈 미토 시파라다이스가 조용히 들어서있다. 관광시즌도 아니면 애초에 이런 이른 아침엔 열려있지도 않으니까 그 주변엔 아무도 없다. 옆의 좁은 길을 올라가면, 사실은 미토시의 스테이지가 조금 보인다. 소리도 들린다. 돈이 없고 시간만은 있었던 어렸을 때엔, 바다가 질리면 여기서 둘이서 스테이지에 있는 언니의 목소리만을 듣고서 해마의 현명함이라던가 돌고래의 점프력이라던가, 쓸일도 없는 지식을 비어있던 머리에 주입하고 있었다.


요우쨩과, 둘이서.


「…………」


에잇, 나는 머리를 흔든다. 집을 나오고 오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감상적이 되기엔 너무 빠르다. 어른이었다면 이런 때에 술을 마실지도 모른다. 혹은, 머리를 자를지도 모르고. 어느쪽도 할 수 없는 나는 역시 어린애겠지.


애초에 이 길은 사실 통학로로부터 그렇게 떨어져있지않다. 여기에서 느긋하게 있다간 일찍 일어나서 오고있는 aqours의 누군가에게 발견되어질지도 모른다. 가방도 어느것도 들고있지 않은걸 들킨다면 당장 미토 언니나 시마 언니에게 연락이 가겠지. 어차피 잔소리는 확정이라고 해도, 중간에 끊긴채 꾸지람받는건 피하고 싶다.


그래도 옆길에 이어져있는 산에 가는건 어쩐지 싫었다. 여름이고, 벌레도 많겠지. 애초에, 나는 산보다 바다가 좋았다. 그래도 바다에 있으면 거의 틀림없이 아는 사람에게 포착되어 버린다.


고민하던 나는.


「……그래」


도쿄――가 아니라.


「누마즈, 가자」


향하는건 제일 가까운 도시, 시즈오카의 누마즈.


거기라면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선 걱정없다. 학생이 혼자서 돌아다녀도 그렇게 이상한 일도 아니고, 무엇보다 수업 시작 시간이 되어버리면 발견될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버스로 이동 가능한 것도 나쁘지 않다.


정해버렸으면 행동은 순간이었다. 언제나 누마즈 조가 타고오는 것과 반대 방향의 버스(도시로 이동하는거라 나름대로 붐빈다)에 타면 수십분만에 누마즈 역 앞에 도착한다. 버스에 탄 순간은 주변을 경계했지만, 누구에게도 걸리는 일 없이 나는 누마즈에 도착했다.


「……좋아」


그래도 뭐, 딱히 목적은 없으므로.


어쨌든 날씨가 좋으니까 나는 어슬렁어슬렁 걸어보기로 정했다.


찻집 입구에 장식된 시계로 슬슬 리코쨩이 눈치챘을 쯤일지도 모른다고 멍하니 생각한다. 시마 언니라면 몰라도 미토 언니는 숨기거나 하진 않겠지. 오히려 즐겁게 내가 남긴 편지를 리코쨩에게 보여주는게 분명하다.


그렇게되면 LINE으로 모두에게 전해질게 분명해서 그걸 생각하면 조금이지만 가슴이 아팠다.


왜냐면, 그래. 내가 오늘 학교에 가지 않으면 어느 누구보다도 신경쓸 사람은 물론 정해져있으니까.


그리고 그걸 알면서도――나는 오늘 쉬려고 마음먹은 것이었다.


결국엔, 자기만족.


어제의 보기흉한 고백처럼, 제멋대로였다――.


 


 


      ・


 


 


생각해보면 요우쨩과 처음 만났을때를 기억해낼 수 없다. 깨닫고보니 함께 있고, 생각할 것 까지 없이 곁에 있었다. 그런 우리였지만 내가 언제나 요우쨩을 흐릿한 동경과 함께 바라보고 있던걸 여기에 적어두지 않으면 안된다.


뭐가 되었다던가, 뭐가 되지 않았다던가, 그런걸 전부 세간의 기준으로 재기 전의 일. 무언가가 됐기때문이 아니라, 혹은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고해도 나에게 있어서 요우쨩은 특별했다. 내가 인생에서 처음으로 동경했던 「반짝임」은, 틀림없이 요우쨩이었다.


이렇게 쓰면 뭔가 불순한것 같지만, 어렸던 내게 그런 나쁜 마음은 없었다고 소리높여 말하고 싶다. 확실히 요우쨩은 예전부터 계속 귀여웠지만 당시의 나는 당연하지만 요우쨩과 동갑이었고, 어린애였고, 요우쨩의 활약을 순수하게 보고선 대단하다며 떠들었던 것이었다.


그게 바뀌어버린건 중학생이 되고부터.


도시라고 말하긴 어려운 우치우라에선 몇개의 초등학교를 합치지 않으면 중학교의 인원수를 채우지 못한다. 필연적으로 중학생이 된 우리는 많은 낯선 사람과의 만남을 피할수 없어서――요우쨩은, 거기서 히어로가 됐다.


누구라도 좋아하고, 누구라도 동경한다. 성장기에 접어든 요우쨩의 몸은 나날이 다이빙으로 세련되어져가고, 단단한 근육으로 덮이고, 어딘가 여성스러운 몸매로 바뀌어갔다. 소꿉친구인 내가 봐도 어지러울듯한 요우쨩의 성장은 다른 아이들이 보면 더욱 더 그랬던 것 같아서. 요우쨩은 순식간에 무수한 부활동에서 권유를 받아, 수영부의 일원이 되었다.


그때 놀란건 요우쨩이 내게 권유했던거였다. 내게 수영의 재능이 있다곤 생각하지 않고(요우쨩이나 카난쨩과 함께 수영하고 있었으니까 느리지는 않았지만), 특별히 수영을 좋아하지도 않았다. 순간적으로 거절한 후에, 혹시 그건 친구를 부활동에 권유해본 정도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라고 생각이 미쳐서 미안해졌다.


하지만 요우쨩과 같은걸 하기는 어렵다고 나는 알고 있었다.


왜냐면 요우쨩에게 조금이라도 잘 보이고 싶다는 마음을, 나는 자각하고 있었으니까.


혹시 요우쨩을 단순한 친구로서 보고 있었다면 권유했을 때 수영부에 들어가는것도 간단했을 거였다. 나는 특별히 하고 싶던 일도 없었고, 수영도 싫어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요우쨩이 있어. 그것만으로도 할 이유로서는 충분했을텐데, 나를 멈춘건 두가지의 이유.


첫번째는, 방금 전에도 말했듯 요우쨩에게 조금이라도 잘 보이고 싶었으니까. 요우쨩에게 있어서 수영(과 다이빙)은 분명 요우쨩을 반짝이게 하는, 진심으로 하게 할 중요한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게 있어서 수영은, 분명 그렇지 않다. 진심인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불유쾌한게 곁에 있는 진심이 아닌 사람인 것 정도는 나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요우쨩에게 있어서 불유쾌한 존재가 될바엔――거리가 멀어지는 쪽이 훨씬 낫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또 하나는, 좀더 소극적인 이유.


요우쨩이 제일 반짝이는 곳에서, 그 반짝임에 매료된 다른 사람을 보고있는게, 분명 괴로울거라고 알고 있었으니까.


왜냐면, 내가 그러니까. 그녀들과 아무것도 다르지 않은――그저 알고 지내던 기간이 길었을뿐. 그런데도 분명 요우쨩은 나를 특별취급해준다. 다른 사람보다 내게 신경을 써준다. 요우쨩은 다정하다. 그러니까, 내가 떠나지 않으면 안 돼.


왜냐면 나는 요우쨩의 특별한 사람같은게 아니니까.


평범별의 평범성인은 특별취급에 매우 약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말야)


나는 고등학생이 되어서. 요우쨩도, 고등학생이 되고.


첫해에는 아무일도 없었다. 요우쨩은 수영부에 들어가고. 나는 귀가부로 뒹굴거리며 날들을 보내고. 가끔 함께 돌아가고, 언제나처럼 웃고. 그런 날들도 과장없이 행복했다.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는 스쿨아이돌을 시작하고.


요우쨩도 거기에 함께해주었다.


기쁘다고 생각했던 그 마음에 거짓은 없다. 수영부와 같이 해도 된다면, 하고 입부서를 내밀어준 요우쨩에게 느낀 감사의 마음은, 마음에서부터 나온 것이다.


하지만 그것과 비슷하게――두려움도 있었다.


나는 스쿨아이돌을 진심으로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요우쨩의 「진심」에서 도망쳐온 내게, 요우쨩과 나란히 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처음의 공포는 의외로 쉽게 해결했다. 스쿨아이돌은 어중간한 마음으론 할 수 있는게 아니었던 것이다. 멤버의 권유도, 댄스도, 작사도, 전부 진심으로 하지 않으면 봐주는 사람에게 미안하다. 필사적으로 하는 사이에, 어느덧 요우쨩과 함께하는 것 자체는, 그렇게 걱정이 되지 않게 되었다.


문제는, 그 다음.


요우쨩과 함께 무언가를 진심으로 하는 행위는――내게 있어서 자극이 너무 강했다.


어려서부터 동경해오던 소녀와 옆에 나란히 서서. 그녀의 진심에 맞춰서, 무의식중에 연습도 힘내고. 매일 안무의 이야기로 달아올라서 연습이 끝나면 귤맛의 아이스를 반씩 나누고, 아침부터 밤까지 떠들고. 그리고 무엇보다 요우쨩이 제일 반짜깅는 스테이지에 나도 함께 서있다.


그것에 계속 동경하고 있었다고 손에 넣고서야 깨달았다. 보지 않은 척을 하고, 깨닫지 못한 척을 하고 넘어가려했던 요우쨩을 향한 동경은, 손에 넣어버리면 지금까지 이상으로 반짝임을 발해서.


그것과 동시에 요우쨩의 반짝임에 매료된 여자아이들이 수영부에 있던 때와는 완전히 다르게 그 수를 늘리고 있었다. 입부희망이 오지는 않았지만 요우쨩에게의 팬래터는 매일같이 왔다. 연습이 끝나거나 하교할 타이밍에 팬들이 기다리던 일도 있었다. 요우쨩은 그것들 모두에게 호의적으로 응해서.


나는, 그게 싫었다.


(……그저, 이기심일 뿐)


요우쨩은, 특별. 그리고 그건 모두의 특별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알고 있을터였던 사실이 어째선지 나는 견딜 수 없어졌다. 반 친구들이 요우쨩의 화제를 꺼낼 때마다 그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아져서 화장실로 가는 일이 늘었다. 몸의 상태를 걱정하는 요우쨩이나 리코쨩의 다정함이 거북해서, 아무것도 아닌 척을 했다.


나, 타카미 치카는, 평범별의 평범성인이고.


와타나베 요우쨩은 특별별의 프린세스.


우리는 우연히 태어난 곳이 가까웠을 뿐이고――있을 장소는 서로 먼 곳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내게 다가와준건 요우쨩이다. 수영에 손을 내밀지 못한 나를 화내지도 않고 삐치지도 않고 그저 손을 내밀어준건, 요우쨩이었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터인가, 요우쨩의 옆모습을 눈으로 쫓는 일이 많아졌다.


언제부터인가, 요우쨩과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내가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요우쨩과 똑바로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나를 깨달았다.


언제부터인가――요우쨩의 『특별』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버리고 있었다.


우리는 소꿉친구. 귤맛의 아이스를 반씩 나누는, 스스럼없는 관계.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는 나를 깨달았을때, 나는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무거워. 너무 무겁다고, 타카미 치카)


(친구를 이렇게 속박해서 좋을리 없잖아)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나는, 그런데도 자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단 한마디.


(――그럼, 되어버리면 되잖아. 특별하게)


그 악마의 속삭임에 끄덕여버린 그 날까지――.


 


 


      ・


 


 


누마즈 역앞에서 버스에서 내린 나는 어슬렁거리며 주변을 걷기 시작했다.


목적은 없다. 굳이 말하자면, 시간을 보내는게 목적이다. 그렇다면 필요한건 어쨌든 오락이다. 아니면 뭔가 눈길을 끄는 것. 하지만 내가 가진 돈은 적다. 그렇담 필연적으로, 근처의 가게를 둘러보는게 결론이 된다.


헌 옷을 파는 상점의 앞에서 발을 멈추고, 조금 귀여운 아우터를 찾아보거나.


찻집의 메뉴 앞에서 멈춰서, 커피 한잔의 가격에 놀라서 황급히 걷거나.


악기점에서 본 전자 피아노가 리코쨩의 집에 있는것과 같은 모양이라 뭔가 조금 기뻐지거나.


하지만 어느 가게를 가도 돈이 없는 내겐 눌러앉아있을 권리가 없다. 점원에게 말을 거는건 살 마음도 없는데 조금 미안한 느낌이 든다. 저쪽을 어슬렁어슬렁, 이쪽을 어슬렁어슬렁. 슬슬 점심쯤이 되는 누마즈의 거리는 아침에 비하면 나름대로 활기차진 것 같아서.


하지만 밥을 먹을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애초에 용돈이 핀치였던 내 지갑엔 돌아갈 버스비를 빼면 한끼 정도의 돈밖에 없다. 그것조차 사용해버리기엔 조금 신경이 쓰였고, 한끼 먹지 않는다고 해도 죽지는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 쇼핑 중에 생각났던, 더 좋은 돈의 쓰임새가 있었던 것이다.


길에 붙여진 지도와, 약간의 기억을 믿고 어떻게든 도착한 곳은.


「……여긴가」


우치우라에는 없다,고 할까 이 부근엔 누마즈에밖에 없는 스쿨아이돌 굿즈의 전문점. 밝은 가게 안에는 아무리 봐도 나와 비슷한 연령인지, 조금 위에로밖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모여있어서.


(……학교는?)


무심코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가게의 입구 앞에서 발을 멈춘다. 하지만 순간 떠오른건, 그러고보니 나도 같은 입장이었다는 거였다.


그러니까 용기를 내서 내딛어보면.


「……오오ー!」


거기는 스쿨아이돌의 성지였다.


한가득 진열된 굿즈의 수, 수, 수! 어쨌든 공간을 메우기 위한 것처럼 되어있는 진열은 어딘가 병적으로 생각될 정도다.


그리고 스쿨아이돌의 성지는 동시에, 치열한 경쟁의 견본이기도 했다. 어쨌든 한정된 점포의 공간 안에, 전국 방방곡곡의 스쿨 아이돌의 굿즈가 모여있는 것이다. 필연적으로, 인기있는 스쿨아이돌 굿즈는 넓은 면적에 전시되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좁은 공간에 가둬져있다. 그리고 당연히, 굿즈를 늘어놓는 일조차 허락되지 않은 무수의 스쿨아이돌의 존재도 이 가게를 보고 있으면 느껴져서.


(많이, 있구나)


하지만 숙연해진 기분은 오래가지 않았다. 미혹하는듯한 전국의 스쿨아이돌의 굿즈들, 그 중에서 더욱 더 특별취급을 받는, 가장 큰 선반에 진열되어 있는건 누가 뭐라고 해도 μ‘s의 굿즈다. 타올에 티셔츠, 다른곳엔 찻잔이나 가방, 끝에는 다키마쿠라까지.


좀처럼 이런 가게에 올 기회가 없는 나에게 있어서 그곳은 이 가게 안에서도 최고의 보물의 산이었다.


혹시 내가 석유왕이었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라고 말해버렸을테지만――하지만 수중에 돈이 없는건 어쩔 수 없다. 결국, 가장 작고 가격도 저렴한, 하지만 멤버 전원이 있는 캔뱃지를 사기로 했다.


신나게 쇼핑을 마치고, 아쉬워서 그대로 가게 안에 남는다. μ‘s 이외의 스쿨아이돌 굿즈가 있는 곳도 있었지만 지식이 적은 나에겐 다른 곳의 스쿨아이돌 사정은 몰라서, 그곳의 선반은 그냥 지나치며 슬쩍 쳐다볼뿐.


그래도 문득 신경쓰여서 다시 한번 바라본다.


Aqours의 굿즈는 없었다.


「…………」


그렇겠지, 하고 속으로 생각한다. 뭐랄까, 애초에 우리가 만들지 않은 우리의 굿즈가 이 세상에 있을리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0을 1로 한다」. 아무도 모르는 우리를 누군가가 알아줄때까지 힘낸다. 그렇게 결정한 것이다.


왠지 긴장되어버린 마음과 몸을 풀듯이 크게 숨을 내뱉으면.


「저, 저기!」


갑자기 뒤에서 말을 걸어와, 나는 무심코 뛰어올라버린다.


「ㄴ, 네!?」


「호,혹시 말인데요……저, 저기, aqours의――」


뒤돌아본 곳에 있던건 누마즈 중학교의 교복을 입은 소녀로.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 그러니까」


순간. 머릿속에서 다양한 생각들이 빙글빙글 맴돌았다.


어쩌지. 어떻게 보이는걸까. 어떻게 대답하면 될까. 어떡하면, 어떡하면――.


(어떡하면 이 아이가――환멸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거야?)


나를 올려다보는 눈의 반짝임에는 조금의 거짓도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두려웠다. 왜냐면, 그 빛은――내가 μ‘s에게 향했던 것과 같다. 그리고, 나는 그녀들이 아니야. 반짝임같은건, 아직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아.


그러니까, 생각했다. 기대에 보답하고 싶어, 환멸당하기 싫어.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 그러니까, 적어도.


「사, 사람 잘못봤어요!」


나는 쏜살같이 달아났다.


그 가게에서, 그 장소에서, 그녀에게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는 자신에게서.


「0을 1로」라는건 축복이기도 하고, 저주이기도 하다. 0일 동안엔 무엇을 해도 상관없다. 아무도 보고있지 않으니까. 하지만 단 한명. 세상에 단 한명이라도 자신을 똑바로 봐주는 사람이 나타나버렸다면――이제, 죽은척도 없는척도 할 수 없다.


휙휙 뒤로 흘러가는 풍경과 머릿속에 울리는 자신의 거친 숨만을 느끼면서 나는 생각했다.


(아아, 또야)


한심하고 부끄러워서, 사라지고 싶어서, 도망친다.


그 아이는, 요우쨩은, 그러지 않았다. 언젠가부터인가 모를 정도로 계속 전부터, 나라는 한 사람에게 보여지고――요우쨩은 훌륭하게 존재해왔다.


내가 도망친, 0이 아닌 공포에서부터.


뇌리에 떠오른 생각들을 뿌리치듯 나는 달렸다.


그저 달렸다.


달리면서 멍하니 어제의 일을 떠올린다.


그래, 설마 이틀 연속으로 이런 식으로 도망친다니, 생각지도 못했다――.


 


 


      ・


 


 


그 말은 계속 가슴 속에 있던거라고 나는 바보같이 자각하고 있지 않았다.


어제라고 하는 날을 언제나와 같이 맞고, 모두서 연습하고, 「덥네」라고 말하면서 리코쨩과 요우쨩과 셋이서 돌아가고/


집에 돌아가는 리코쨩을 배웅한건, 요우쨩이 아직 이야기하고 싶은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까.


예전부터 요우쨩은 그닥 자신의 의견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것보다는 나의 의견이나 다른사람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의견까지 거기에 맞추는듯한, 위태로운 다정함이 요우쨩에겐 있었다.


내가 가끔 요우쨩의 마음에 눈치채는건――역시, 계속 보고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요시코쨩이 말이야――」


내가 「숙제 싫다-」라는 핑계를 대고 요우쨩에게 돌아왔을때 요우쨩은 확하고 얼굴을 밝게 하며. 「그렇지!」「내일 리코쨩에게 보여달라고 하자」고 말하면서, 둘이서 편의점까지 걷는다.


요우쨩은 언제나처럼 하이텐션으로 모두의 이야기. 웃는 얼굴이 눈부신건 분명 여름의 햇살이 강한 탓. 멍하니 그 옆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언제나처럼 맞장구를 치려고.


「요우쨩」


「응?」


어쩐지, 이름을 불러버리고 만다.


요우쨩은 대화 도중에도 내가 이름을 부르면 반드시 말을 멈추고, 내가 말할 때까지 기다려준다. 이것도 어린 시절과 같다. 지금보다 더 무디고, 할 말을 찾지못했던 어렸을 적과 다르지 않은, 요우쨩의 다정함의 발로(発露).


이쪽을 보는 요우쨩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바다색의 눈동자에 비치는, 나의 오렌지.


나의, 특별한 사람.


「……아-무것도 아니야!」


「에-, 뭐야 그거 신경쓰이는데!」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자 편의점에 들어가자! 에어컨 에어컨!」


「아, 기다려 치카쨩!」


나의 특별.


그리고, 모두의 특별.


요우쨩을 바라보고 있는건 이제 나만이 아니다. 다이빙으로 재능을 빛내고, 스쿨아이돌에도 전력으로 열중하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슈퍼걸이다. 요우쨩의 옆에 서기 위해서 나도 더 힘내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무책임한 말로 요우쨩의 짐이 되면 안 돼.


자신 속에서 변명이라는 돌로 말을 마음의 바다에 가라앉힌다. 두번다시 떠오르지 않도록, 깊게, 깊게.


(……요우쨩은, 특별)


마법처럼 반복하면, 자, 이제 괜찮아.


「아, 귤맛 팔고 있어」


「오, 여름이라고 하면 이거지!」


혼잣말같은 내 말을 받고, 요우쨩은 시원스레 그걸 손에 들고 계산대로 향해간다. 재촉한것처럼 되어서 조금 부끄러워져서 나는 황급히 그 등을 쫓았다.


귤색의 아이스. 길고 가는 얼음 섞인 빨아먹는 것. 톡,하고 반으로 나누는게 나와 요우쨩의 관계. 긴쪽을 어느쪽이 가질지는, 그때의 기분에 따라 다르다.


「우와, 아직도 딱딱하네」


편의점을 나와, 봉투에서 꺼낸 아이스는 아직 딱딱했다.


「그냥 두면 녹을거야」


「그렇겠지」


편의점을 나와서, 도보 10초로 해안.


우치우라의 특권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장소를 앞에 두고, 나와 요우쨩은 나무그늘에 주저앉는다.


멀리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 파도 소리, 그리고, 요우쨩의 숨결.


갑자기 끊긴 대화를 잇는건 내 몫이었다.


「――저기」


「――있잖아」


그래도, 그 순간.


내 목소리를 덮듯이 요우쨩은.


「나, 스쿨아이돌 시작해서 다행이야」


방긋 웃고, 내 말을 들어가게 했다.


「새삼스레 말하는것도 이상하지만……치카쨩 덕분이니까」


「……뭐, 뭐야- 쑥스럽잖아-」


두근, 뛰어오르는 심장을 숨기듯 나는 요우쨩의 교복을 톡톡 두드린다.


「다이빙말야, 선배라던가 후배가 없어서……수영부의 애들은 기본적으로 수영경기쪽이고. 함께 뭔가 하는거 처음이야. 일학년이라던가, 삼학년이라던가――거기에」


바다색의 눈동자가, 나를 붙잡고.


「동급생, 이라던가」


「읏」


――나는 요우쨩에게, 권유하지 않았다.


이유 하나. 권유하면 끄덕여준다고 알고 있었으니까.


이유 둘. 혹시 스쿨아이돌이라면 모른다고, 생각해버렸으니까.


이유 셋. 함께 무언가에 진심으로 열중한다면, 분명――.


「리코쨩하고 치카쨩과 함께 힘내서――지금, 무척 즐거워」


「……나, 나도 즐거워! 모두와 함께라서, 음」


「응. ……그래도 그것만이 아니라」


점점, 무언가가 녹는 느낌이 들었다.


그게 손에 들고 있는 나누지 않은 귤색의 아이스인가.


내 안에 있는, 변명이란 이름의 돌인가.


아는것보다 빠르게, 요우쨩이 속삭였다.


「치카쨩하고 같이 뭔가 하는게……계속, 꿈이었어」


「……!?」


의외의 한마디에 나는 무심코 숨을 들이켰다.


심장이, 이젠 뛰쳐나올듯이 빨라지고.


「마리쨩에게서도 이젠 상담하러 오지말라고 말을 들어버렸고……우물쭈물 고민하는 것보다, 제대로 전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에헤헤, 하고 수줍어하는 요우쨩의 말이,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시계가 급속히 좁아지고, 보이는건 요우쨩의 붉게 물든 뺨만.


그런데도, 점점 녹아가는 「무언가」의 감촉만이 선명해서.


「치카쨩. 나, 치카쨩하고 같이 스쿨아이돌 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그,건」


「……치카쨩과 뭔가 하는거, 계속 바래왔어」


「……아니, 아니야, 요우쨩」


내가, 달아났을 뿐이야.


요우쨩과 함께하는 것으로부터, 요우쨩과 마주하는 것으로부터, 계속.


「아-, 시원해졌다!」


요우쨩은, 그렇게 말하고.


「저기, 아이스 먹자. 슬슬 녹은거 아니야?」


내게 손을 내밀지만.


「…………」


점점, 점점 녹은 그것은――다시 굳혀도, 이젠 전의 형태로 돌아가지 않는다.


「……치카쨩?」


의아스러워하는 그 표정에,


「요우쨩, 나, 나말야――」


부딪히는건, 제멋대로인 마음.


「――요우쨩이, 특별해」


「……헤?」


「――――!」


넘쳐흐른, 마음.


흘러나온, 말.


나는 무심코 그 자리에 봉투를 팽개치고, 요우쨩에게서 등을 돌리고, 전속력으로 달아났다.


요우쨩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것도, 자신의 마음과 마주하는것도 포기하고.


누군가의 특별이 되는 것도, 누군가를 특별하다고 인정하는 것도 하지 못하고.


도망쳤다.


도망쳐버렸다――.


 


 


      ・


 


자신이 졸고 있었다고 깨달은건 주변이 익숙하지 않은 광경이었으니까.


한없이 펼쳐진 책장, 책장. 드문드문 사람이 있고 너무나 잘 돌아가는 에어컨. 비몽사몽한 머리를 필사적으로 움직여서 여기가 도서관임을 깨닫는다.


(……그랬었지)



누마즈의 스쿨아이돌 숍, 거기서부터 도망친 나는 마구 달리다가, 멈췄던게 이 도서관 입구였다. 평소에 하던 연습으로 체력이 붙어있는만큼, 정말 한계까지 달리고――지쳐버린 나는 도서관에서 잠들어버린것 같아서.


이상한 자세로 잤으니까 전신의 근육이 굳어버린듯 했다. 기지개를 켜면 온갖 관절이 소리를 냈다. 시간을 보려고 주머니를 뒤지지만 그러고보니 휴대전화는 집에 두고왔다는걸 눈치챈다. 주변을 둘러보면 벽에 걸린 시계를 찾을 수 있었다.


「……우와」 


무심코 소리를 내버린다. 세시간 가까이 자고 있었던듯 해서, 시간은 벌써 저녁이었다. 황급히 일어서서 밖에 나가면 확실히 석양이 비치고 있어서.


「……아차-」


특별히 뭔가 예정이 있던건 아니지만 설마 쁘띠 가출을 감행하고 누마즈까지 왔는데 자면서 보내버리다니. 계획성 없음에 우울해지기보단 자신에게 어이가 없어져버린다.


갑작스럽게 배가 고프단걸 눈치챘다.


「……우으」 


신음만을 내뱉을 뿐이지만, 실은 머리를 감싸안고 싶어진다. 그야 점심도 안먹고 전력으로 질주했으니까 배도 고플테지만, 지금은 집에 돌아가지 않으면 밥도 없다. 밥을 먹을 돈은 μ‘s의 캔뱃지를 사는데 써버렸다.


그냥 학교를 땡땡이쳤단걸 들키면 분명 혼날테지만.


(……그래도, 역으로 좋을지도.) 


밤이 되어서 연습이 끝난 타이밍에 내가 없으면 리코쨩이 먼저 눈치채겠지. 그럼 분명 크게 걱정되고, aqours 안에 내 부재가 퍼져 버린다. 지금 돌아가면 분명 모두는 아직 학교. 리코쨩에게도 조금 몸이 안좋아서 쉬었다고 우길 수 있다.


좋아. 돌아가자.


내 발은 누마즈 역에, 그리고 버스를 타고 우치우라로 돌아가기 위해 걸어간다.


――언제나 도망치고 있을 수는 없다. 


생각하는건 요우쨩과 다음에 만났을 때.


아무것도 없었던것처럼, 평소처럼 행동하자―― 그것 외의 선택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Aqours의 활동은 앞으로도 계속해 갈테고, 요우쨩과 떨어지고 싶지도 않다. 내가 아무것도 없었던듯이 행동하면 요우쨩은 거기에 맞춰주겠지. 그 확신은 있다.


하지만.


(……정말로, 그걸로 좋은걸까)


내 말은, 흘어나와버린 마음에서.


그래도 그건 진심인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요우쨩은, 특별.


그래서, 요우쨩에게 있어서 특별이 되고 싶었다.


그건 올바른가 올바르지 않은가의 문제가 아니다. 받아들이는가, 받아들이지 않는가――그걸 판단하는건 요우쨩이다.


그리고 그 순간, 분명 요우쨩은 무언가 대답하려고 했었다.


일방적으로 전하고, 곤란해지면 도망치고. 그런 모습이 불성실한게 아닐까,라고 아무래도 생각해버리고 만다.


(……그래도, 어떡하면 좋은걸까?)


응어리를 끌어안은 채인 나와는 관계없이 타고있던 버스는 느긋한 속도로 나를 우치우라에, 돌아갈 장소에 데려다준다.


새벽부터 지금까지, 특별히 뭔가 한 것도 없이――그저 도망치고, 도망친 끝에 다시 도망치고. 배가 고프니까 돌아간다――우유부단에, 겁쟁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요우쨩의 곁에 있을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일, 역시 사과하자)


없었던 일로 하는게 아니라, 마무리를 짓지 않으면 안된다. 전했던 마음을 속이고, 평소같은 상황으로 돌아가야. 숨겨야 할 마음을 전해버린 내게, 그건 분명 어울리는 벌이다.


생각만 하는건 누구라도 자유. 그걸 참지 못한건, 분명 내가 어린애니까. 계획없이 가출해서 하루도 지나지 않고 돌아가버리는 어림에서 벗어나지 못하니까.


사실은 좀 더 생각만하고, 숨기기만 해서, 깔끔히 끝낼 수 있었을텐데.


어렴풋한 사고는 끝이 보이지 않은채, 버스의 행선지 표시가 타임리밋을 알렸다. 급하게 버튼을 누르고 우치우라의 익숙한 정류소에 내린다. 바다에서부터 비치는 석양에 눈을 찌푸리고 버스에서 앉아있느라 굳은 몸을 푼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더니 연습이 끝나고, 모두가 돌아가버린다. 결론이 나오지 않아 무거운 발을 끌듯이 나는 집으로 향했다.


부활동을 하지않는 학생이 돌아가기엔 늦은 시간이고, 부활동이 있는 학생이 돌아가기엔 빠른 시간이다. 그런 시간대니까 같은 교복을 입은 학생을 한명도 만나지 않은 채 집 바로 근처, 미토시까지 도착했다.


어제의 광경이 아무래도 플래시백되어서, 나는 무심코 눈을 찌푸린다. 내가 내버려두고 갔던 요우쨩의 모습이, 오렌지의 석양에 휩싸여 서있던 어제의 요우쨩의 모습이, 거기에 보이는듯했다.


「――치카쨩!」 


거기엔.


머리카락을 흩뜨리고, 발걸음은 꼬이고, 외치는듯한 거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는――요우쨩이, 거기에.


심상치않은 모습에 주변을 걷고있던 사람이 돌아본다.


그런 시선에도 신경쓰지 않는듯 요우쨩은 그저 전속력으로.


「…………에, 에? 무, 무슷」 


「치카쨔, 치카쨩!」 


숨도 끊어질듯한 모습으로 요우쨩이 내게 뛰어들어온다. 부둥켜 안아진 충격으로 거기에 있는 그녀가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는걸 알아차린다. 좋은 날씨인데 축축히 젖은 감촉은, 설마 땀인걸까. 연습이 끝나서 왔다고 하기엔 너무 빠른듯한 느낌이 든다.


너무 예상밖의 사태에 내 뇌는 역으로 침착하고 있었다. 껴안아진 자세인 채, 요우쨩의 뒤에서부터 달려오는 리코쨩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헉, 헉……요, 요우쨩, 너무 빨라……」 


리코쨩은 나와 요우쨩 앞까지 오면, 한동안 어깨로 숨을 쉬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 때에도 요우쨩은 나를 꼭 안은채 놓으려고 하지 않아서.


「……치카쨩, 어서와」 


「다, 다녀왔습니다……」 


리코쨩의 눈이 웃고있지 않아서, 나는 쭈뼛거리며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저, 저기, 요우쨩은 대체」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는게 어때?」 


발붙일 틈도 없이 버려지고, 나는 등골에 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봐도, 요우쨩은 평소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거의 틀림없이 나다.


……설마.


「……치카가 가출한거, 엄청 빨리 들켰어……?」 


「미토 씨가 엄청 즐거운듯이 이야기 해줬어」 


리코쨩은 무척 깊게 한숨을 내쉬고, 일의 전말을 간추려서 말해주었다.


아침이 되어서 만나던 장소에 없었던 나를 마중하러 왔던 리코쨩이, 폭소하던 미토 언니가 보여준 내 편지를 봤던 것.


시마 언니는 조금 당황해하고 있었지만 미토 언니가 엄청 웃고 있었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던 리코쨩이 요우쨩에게도 말해준 것.


그랬더니 요우쨩이「내 탓이야」라고 우기며, 거기서 나를 찾으러 뛰쳐나갔던 것. 함께 가려고했던 요시코쨩과 리코쨩을「내 문제니까」라고 하며 무리하게 학교에 가게한 것.


신경쓰여 하던 리코쨩이 연락을 주고받고 있으면, 짐작이 가는 곳을 계속해서 찾고 있던 요우쨩이, 결국 내 집앞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던 걸 알았던 것.


방과후, 요우쨩과 내가 없는 연습은 자율이 되어서, 리코쨩과 요우쨩이 내 집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면――거기에 내가 나타난 것.


「……요우쨩은 뭘 물어도 대답해주지 않았어. 그러니까 분명 물어보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치카쨩. 하나만 약속해줘」 


리코쨩은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제대로, 얘기해야 해」 


「……응」 


「그럼 나는, 일단 시마 씨랑 미토 씨한테 보고해둘테니까」 


리코쨩은 그렇게 알리고, 우리 앞에서 떠나간다. 


뒤에 남겨진 건, 나와――부둥켜 안은채 미동도 하지않는 요우쨩뿐.


「……어, 음, 요우쨩?」 


「…………」 


요우쨩은, 움직이지 않는다.


「……저, 저기, 미안,해?」 


「…………」 


요우쨩은, 대답하지 않는다.


「……화났어?」 


「……」 


요우쨩은, 고개를 저었다.


「……움직일 수 없으니까 놓아줄래?」 


「!」 


요우쨩은, 격하게 고개를 젓고.


부둥켜 안고있는 팔을 살짝 풀어서 내 얼굴을 보았다.


눈물과 콧물로 엉망이 된 그 얼굴은, 미아가 되어버린 어린아이같아서.


내 가슴은 무척 날카로운 무언가로 도려내어진듯 아팠다.


「……놓으면, 치카쨩, 또, 또……!」 


「가, 가지 않아, 더 이상 어디에도 가지 않을거야!」 


「…………」 


내 말엔 대답하지 않고 그저 꼬옥 안아오는 힘을 강하게 하는 요우쨩.


어쩌지, 나는 생각했다. 아까와 같은 고민. 하지만 이번엔 더 급하다. 이대로면 이야기도 할 수 없다. 무엇보다, 요우쨩이 우는걸 멈추지 않아.


「……손」 


「응?」 


「……손, 잡아,주면……좋아」 


요우쨩은 흐느끼며 그것만을 말하고 몸을 뗐다.


나는 급하게 요우쨩의 손을 잡는다. 


「……여기에 있어. 도망치지 않으니까, 도망가거나 하지 않을테니까……」 


필사적으로 변명을 말하며, 나는 지독한 자기혐오에 빠졌다.


도망치고, 도망쳐서, 자기만 편하게 되어서――요우쨩을 이렇게나 괴롭게 했다.


「…………」 


「…………」 


대화도 없이, 손을 잡은채 우리는 걷는다.


어딘가에서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집은 안된다. 이 상태의 요우쨩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싫어. 하지만 멀리가면 리코쨩이 걱정한다. 연락하려고해도 스마트폰은 집에 있다.


고민한끝에 우리가 주저앉은건 어제의 연속. 어제 내가 요우쨩을 내버려두고 갔던, 편의점 근처에 있는 나무 그늘. 바다 쪽에 서면 길에선 요우쨩이 어떤 상태인가 보이지 않는다.


요우쨩은 내게 손을 붙잡힌채 그 장소까지 따라온다.


(……뭘까)


요우쨩이 응석받이같은 모습을 보이는건 기억에 있는 한 이걸로 두번째다.


 그날――리코쨩이 피아노 콩쿨에 나가서, 나와 요우쨩의 조가 짜여진 날. 요우쨩은 내 앞에서 울고는, 몇번이나 물어도 그 이유는 알려주지 않았다.「바보요우」라고 계속해서 말했던 요우쨩을 달래고, 요우쨩이 우는걸 멈춰도 나를 놓아주지 않아서 둘이서 하나의 이불에서 잤다.


그때와 같은건, 요우쨩이 놓아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고.


그때와 다른건, 지금 요우쨩의 눈물이――멈추지않으면 안되는 눈물,이라는 것이다.


「……요우쨩.」 


내가 말을 걸면 요우쨩은 움찔 몸을 떨곤 내 손을 강하게 잡았다. 


뭘 말해야할지 몰라서, 그래도 뭔가 말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


나는, 어쨌든 고개를 숙였다.


「……미」 


「미안!」 


내 사죄의 말은 요우쨩의 격한 목소리에 삼켜져 사라진다.


「내, 내, 탓,이지」 


요우쨩의 목소리는 떨려서.


「어제, 나랑 얘기하고, 그래서」 


「……응」 


거짓말을 해도, 안된다.


요우쨩의 다정함에 기대서 이 자리를 어떻게 넘어간다고 해도, 나는 분명 계속 숨이 막힌다. 요우쨩이 신경을 써주고 있는게 아닐까, 그렇게 계속해서 생각하게 된다.


혹시, 그걸로 요우쨩에게 미움받았다고 해도.


나는 요우쨩의 「보통」으로는 있을 수 없다.


「……내가, 여러 이야길 하고 도망쳤으니까……요우쨩에게 미움받은게 아닐까, 해서」 


「아, 아니야! 내가, 치카쨩을, 싫어할리……!」 


요우쨩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 물기를 띤 눈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미안, 미안해, 치카쨩. 그때 제대로 대답, 해주지 못해서」 


「……나야말로 미안해. 요우쨩의 말에서 도망치고, 요우쨩의 대답에서 도망친거」 


손을 잡고 있기 때문,일까.


요우쨩을 상대하고 있기 때문,일까.


솔직한 마음이 넘쳐흐른다. 솔직한 마음이, 전해진다. 요우쨩은 진심으로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그걸 진심으로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탓이야. 잘못은, 바로잡지 않으면 안돼. 숨김으로써 꽃이 되는 마음은, 숨기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요우쨩, 있잖아. 어제 말했던거, 말인데」 


「……응」 


요우쨩의 악력이 강해진다. 아플정도로 강하게 쥔 손이, 그 존재를 전해온다. 하지만 말해야 한다. 각오하고 숨을 들이마신 나는, 순간 주춤했다.


「……나도, 말해야 하는게 있어」 


「에」 


요우쨩은.


「……치카쨩은, 계속 처음부터――나의『특별』이었다고」 


「……응?」 


잘못들었다고 생각해서, 다음에 올 말을 기다려봐도.


요우쨩은 그저 조용히 내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특별, 이라니」 


「……치카쨩이 있어주어서, 나는 다이빙도 열심히 했어. 치카쨩이『대단하네』라고 말해주지 않으면, 누가 칭찬해도 기쁘지 않았어. 다른사람하고는, 조금……으응, 전혀 달라. 치카쨩이 아니면 안된다고, 나는 계속 알고 있었어」 


하지만, 하고 요우쨩은 눈을 내리깔곤.


「……치카쨩과,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느낌이 들어서. 다이빙으로 결과가 나오고, 치카쨩과 있는 시간이 줄어서……이상하단건, 알고있어. 주변사람들도 대단하다고 말해주고, 평가도 받고, 그래도, 그래도, 치카쨩과 함께 있고 싶다고, 자꾸 생각해버려서……!」 


몸을, 말을 떨며.


「말하면, 이상하다고 생각할테고. 말하지 않는다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만날 수 없어지니까, 그럼 계속 쓸쓸한 채니까, 그런건 싫어서, 그러니까, 마지막 기회였어」 


과호흡이라도 생긴건지 요우쨩의 말은 띄엄띄엄 갈라지고. 그런데도 필사적으로, 잡은 손의 온도와 그 목소리가 마음을 전하려고 열을 올린다.


「치카쨩에게 있어서 『보통』이, 계속 되고싶었어――一같이 있고, 함께 웃고, 그것만으로도 좋다고, 계속, 계속」 


「……요우,쨩」 


「미안해, 사실은 이런거야. 그러면서 『감사하고 있어』라니, 치카쨩의 필사적임을 이용한건, 치사한건, 나야……」 


「――아니야, 그렇지 않아, 요우쨩」 


나는 그 손을 마주잡는다.


도망치면 안된다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평범」인 나에게 있어서 모든것에서 도망치지 않는건 분명 무리다. 그렇지만 눈 앞의 요우쨩에게서――도망치고 싶지 않아. 마음을 고백하는건 무섭고, 불안하고, 다리가 움츠러들지만.


그래도.


다른 무엇에서 도망친다고 해도――자신에게선 도망칠 수 없으니까.


결착을 짓는건, 지금이야――타카미 치카! 


「그치만, 기뻤다구? 요우쨩이 내가 있는 곳까지 내려와준거라고……그렇게 생각했는걸? 그래도 무리하고 있는게 아닐까, 요우쨩은 착하니까 신경을 써주는게 아닐까, 치카가 속박하고 있는게 아닐까, 왜냐면――」 


분발한다고 해도 말은 더듬거린다. 하고싶은 말만이 격해져서, 아무것도 전해지지 않는 것만 같아서, 혀가 공회전하는걸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생각한다. 꽉 쥐고있는 손바닥에서, 정면에서 맞닿는 시선에서, 필사적인 목소리에서, 분위기에서, 모든것에서, 내 생각이 전해지면 된다. 전해질 것이다.


그래, 분명 받아줄거라고, 믿는다.


왜냐면, 요우쨩은.


「――계속, 특별했으니까――」 


「――그런거!」 


요우쨩이 내 손을 힘껏 잡아당겼다.


일미터 안이었던 우리의 거리가, 순식간에 제로에 가까워지고.


「치카쨩 옆에 있는게, 행복해! 치카쨩과 뭔갈 할 수 있는게, 기뻐! 스쿨 아이돌을 시작한 그 날, 정말로 기뻐서 잠도 자지 못할 정도로! 그래도, 나, 점점 욕심이 생겨서, 치카쨩이 누군가와 즐거운듯 한걸 보면 뭔가 개운치 않아져서」 


뜨겁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열인건지, 숨결이 닿을 거리에 있는 요우쨩의 열인건지, 모르겠지만.


「소꿉친구인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계속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그래도, 나, 사실은, 사실은 말이야, 치카쨩」 


요우쨩의 빈 손이 내 뺨에 닿는다.


「……말할 수 없는거, 계속 생각하고 있어. 치카쨩에게……」 


또르륵, 그 눈에서부터, 세계에서 가장 작은 바다가 흘러내리고.


「……미안해」 


석양에 비추어져서 엉망이 된 그 우는 얼굴은 내가 누구보다 동경했던, 인생 처음의 반짝임을 가지고 있던 사람의 것. 내가, 울게 했다. 나 때문에, 울어준거야.


「나, 역시……치카쨩의 『특별』이 되고 싶은 것 같아」 


그 말은.


쿵,하고 내 마음에 떨어졌다.


――아아, 그렇구나.


「……나도 그렇다고 말한다면, 웃을거야?」 


내 말에 요우쨩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에」 


「어제도 말했잖아. ……『요우쨩의 특별에 되고싶어』라고」 


「……그래도, 그건」 


「같아. 지금, 알았어. 나와 요우쨩의 마음은, 같다고」 


「그, 그런거, 모르겠어」 


「알 수 있어. 왜냐면, 자」 


요우쨩의 손을 잡아당기고, 내 가슴에 눌렀다.


순간 놀란듯 굳어지는 요우쨩의 몸은, 하지만.


「……아」 


「……그치? 들리지?」 


내 고동을 듣고, 무언가를 느낀듯해서.


「같아. 같은거야. 계속, 같았어」 


「……그렇구나」 


요우쨩은 나직이 중얼거리고.


「나와 요우쨩은 전혀 달라. 하지만, 같아. 나는 요우쨩의 『특별』로 있고 싶어」 


「나도, 그래. 치카쨩에게 있어서, 단 한사람의 『특별』로 있고 싶어」 


「……그럼, 말야」 


말만으로 믿지 못하겠다면.


몸 전부를 써서, 확인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요우쨩과 같은 키였음에 신에게 감사했다.


「허그,해줘」 


「……응」 


「……응」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요우쨩을 향해서 이 몸을 내밀었다.


조금 도망친 것 같지만――뭐, 이건 전략적 철수다.


왜냐면, 자.


손에서 전해지는 약간의 떨림이, 줄어들고.


숨결보다 진한 느낌이, 다가오고.


앞으로 몇센치――. 


「……」 


「……」 


둘이서 하나가 된 것처럼, 그림자가 겹친다.


요우쨩의 손이 머뭇머뭇 내 등에 둘러지고, 조금 더 강하게 안아진다. 그게 기뻐서, 나는 요우쨩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는다. 요우쨩의, 독특한 냄새. 달린 뒤라서인지 요우쨩의 냄새가 강하다.


서로의 고동의 속도가, 같은 리듬으로 들려온다.


겁쟁이라서 도망가버리고, 말하지 못해서 엇갈리고, 그래도 이렇게 안으면 모든걸 잊어버린다. 요우쨩에 여기에 있다는 기쁨에 전신에서 힘이 빠져버린다.


이게, 나의 『특별』.


「……응」 


요우쨩이 만족한듯 코를 울리고, 내게서 멀어진다.


요우쨩에게 일방적으로 안겨지고, 계속되고 있던 신체적 접촉이 떨어지고――조금이지만 서운하다.


「……에헤헤」 


「……아하하」 


뭔가 멋쩍어져서 우리는 얼굴을 마주보고 키득거렸다.


나에게 있어서, 요우쨩은 『특별』.


요우쨩에게 있어서, 나는 『특별』.


단지 그걸 말로, 마음을 전했을 뿐인데――어째설까.


이제, 멀어지지 않을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확신에 가까운 예감이――. 


「……돌아갈까, 치카쨩. 언니들, 걱정할거야?」 


「……응」 


요우쨩은 시원스레 내 손을 잡고 나무 그늘에서 꺼내준다.


방금 전 같은, 길잃은 어린아이 같은 불안정함은 어디에도 없다.


그게, 나와 마음이 맞은 덕분이라고 한다면――기쁘다고, 솔직하게 그렇게 생각하고.


「……아」 


하나, 하고 싶은 일을 떠올렸다.


「요우쨩, 잠깐 기다려」 


「응?」 


「……편의점, 들렸다 가자」 


어제, 건네주지 못했던걸.


앞으로도, 몇번이라도 건네줄 그 첫번째를.


그녀와 내가, 행복을 나눌 그 첫걸음을.


「아이스, 반씩 나누자」 


요우쨩의 대답은, 정해져있다.


「――요-소로-!」 


경례 포즈와 함께, 내 손을 잡아 끌며 달리기 시작해서.


나의, 『특별』한 그녀와, 『보통』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 






귤색의 아이스를 반씩 나눠서.


우리는, 조금이지만 앞으로 나아갔다――.






        〈끝〉


 

게릴라뮤즈 토베루요 2017.05.03 23:46:36
귤맛의상냥함 흐어어ㅓ엉 - dc App 2017.10.03 14: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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