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
...
그리고 여기서 앞서 말한 또 하나의 이유가 나온다
게임 속 모든 보상이 가시적이라는 점 말이다
앞서 말했듯 동물의 숲에는 정해진 목표도 끝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게 이 게임에 방향성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동물의 숲은 게임 전체가
철저하게 한 방향으로 제한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는데
그 모든 것의 핵심은 게임 내에서 제공하는 보상에 있다
바로 당신과 집과 마을을 꾸밀 치장 아이템 말이다
이 게임에 나오는 동물들은 모두
아주 이상한 습성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평소 주머니에 가구를 몇 개씩 넣고 다니다가
기분이 좋아지면 갑자기 그걸 건네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땅에 떨어뜨린 분실물을 찾아다 주었을 때에 그렇고
묻어 뒀던 타임캡슐을 다시 가져다 주었을 때도 그렇고
가끔은 길을 걷다 눈만 마주쳐도
기분이 좋은 날이라며 퀸사이즈 침대를 손에 쥐어주곤 한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는 제작 시스템을 도입해
아이템의 레시피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중간에 과정이 하나 더 생겼을 뿐 결국 기본 원리는 같다
목표를 달성하면
결과적으로 치장 아이템을 손에 넣는다
이런 식의 편향된 구조는
게임 내 다른 활동들에서도 나타난다
여러 채집 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생물들은
모두 박물관에 기증하거나 대회에 출품하여
컬렉션을 채우거나 기록을 갱신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추가된 생물들은 박물관의 인테리어에 즉각 영향을 끼치고
또 컬렉션을 완성하거나 대회에서 기록을 갱신하면
일반적으로는 얻을 수 없는 희귀한 인테리어 소품도 얻게 된다
남은 채집물들은 장식장에 보관하거나
상점에 팔아 돈으로 환전하게 되는데
게임 내의 화폐로 할 수 있는 활동 역시 한정되어 있다
몇 가지 소소한 이벤트들을 제외하면 모두
무언가를 꾸미는 일 뿐이다
섬 내에 새로운 시설을 건설하고
다양한 테마의 가구와 벽지를 들이고
그날 그날 마음에 드는 옷을 사 입고
꽃과 나무를 사 마을 곳곳에 심는다
그리고 이렇게 아이템을 구매하는 행동조차
카탈로그라고 불리는 아이템 목록을 갱신시키고
마을 내 시설을 증축시키고 기능을 추가하는
유기적인 결과를 가져오는데
이러한 일관성은
매순간 게임이 진행된다는 느낌을 준다
게임 속 모든 행동들이
꾸준히 내 마을과 컬렉션을 채워 가는 것이다
내 생각에 동물의 숲을 계속 플레이 하게 되는 원동력은 여기에 있다
서사가 없는 플레이 위주 게임에도 단점이 있다
게임의 본질을 플레이어가 직접 마주하게 되면서
게임이 반복된다는 인상을 받고 쉽게 질릴 수가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보통 이런 경우
게임의 구성을 달리하는 새로운 기믹을 추가하거나
레벨 디자인이나 퍼즐을 보다 정교하게 구성하거나
다른 플레이어와의 경쟁 컨텐츠로 다양한 상황을 유도하곤 한다
그러나 동물의 숲에는 이 모든 해결책이 적용되기 어렵다
실제 시간 1년을 주기로 돌아가는 게임에
매번 새로운 기믹을 추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레벨 디자인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게임도 아니며
멀티 플레이에 심각한 경쟁 요소 또한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협동 플레이의 경우 기믹이나 레벨 디자인 쪽에 해당된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는데
동물의 숲은 이 문제를 훨씬 더 단순한 방식으로 해결했다
인테리어 소품
패션 아이템
원예 식물
이러한 치장 아이템들에는 중요한 성질이 하나 있다
바로 게임 내에 눈에 보이는 변화를 즉각 일으킨다는 점이다
변화가 눈에 보인다는 것은 비디오 게임에서
그 무엇보다 확실한 보상이다
성취감은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온다
내 행동으로 인해 결과가 나오고
그게 내가 바라는 것과 일치하면 사람은 만족감을 느낀다
동물의 숲은 이런 점에서 탁월하다
게임을 시작하면 당신은 당신의 집 앞에 서 있다
집은 당신이 선택한 외형을 가지고 있고
지금까지 들인 노력 만큼 크기도 다르다
안으로 들어가면 당신이 지금까지 모아둔 아이템들과
여러 인테리어 소품으로 꾸며진 당신만의 공간이 나오고
밖으로 나가면 (주로) 당신이 돈을 모아 만든 공공시설과
여러 방식으로 만나게 된 주민들
그리고 꽃과 나무와 패턴 이미지로 꾸며진
당신만의 거리를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당신이 마을에 들인 모든 시간을
게임을 하는 내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너무 장황하게 표현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비디오 게임에서 이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변화가 없는 진행은 단순한 말장난으로만 느껴질 뿐이니까
사실 이러한 방식의 동기부여는
최근 모바일 게임에서 주로 찾을 수 있는데
동물의 숲이 가진 게임의 구성을 살펴보면
뽑기형 모바일 게임들의 원형이라고도 보아도 좋을 정도다
(일일 퀘스트 캐릭터 스킨 세트 아이템 랜덤 요소 등등)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게임이 당신을 atm기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점과
보상이 게임 진행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랜덤으로 얻을 수 있는 보상 아이템이
게임 진행에 필수적이지 않다는 점은
얼핏 보기에 옳은 결정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이는 힐링 게임이라는 본래 목적에도 부합한다
그러나 게임 디자인 측면에서는 미심쩍을 수밖에 없다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요소가 게임을 견인할 수 있을까
과연 아트 하나 만으로 플레이어에게 동기부여가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했다
그러나 보다 지속적으로 게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밸런스 조절 역시 필요했고
그래서 동물의 숲은
플레이어의 시간을 빼앗기로 한다
시간은 가치에 대한 환상을 만든다
조작의 난이도나 과정의 인과관계와 무관하게
당신이 노력했다는 착각을 들게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독립시행으로 일어나는 무작위적인 일에서조차
결과가 나오면 그간의 시간이 당위성을 얻으며
성취감에 일조하게 되는데
예를 들어 갖고 싶었던 가구를
게임 플레이 나흘 차에 상점에서 발견하게 된다면
앞서 상점에서 헛탕을 쳤던 나날들까지
모두 보상을 받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동물의 숲에서는
그렇게 얻은 가구를 섬 어딘가에 배치해두는 것만으로
플레이어가 그 시간을 언제든지 재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만족하는 것이다
이러한 성질은 게임 내 컬렉팅 요소에서도 나타난다
플레이어가 지금까지 잡았던 생물들 소지했던 물건들
그 모든 것이 게임 내에 기록되고 언제든지 확인이 가능하다
목표가 없는 게임이 줄 수 있는 회의감을 방지하기 위해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게임 구조를 통해 끊임없이 상기시켜 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튀동숲에서 보낸 100시간이 즐거웠고
발매일에 맞춰 모동숲도 플레이 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동물의 숲이 가진 매력은 수없이 많다
귀여운 주민들 다양한 컨셉의 옷과 가구들 손맛이 좋은 미니 게임 여유로운 게임 구성 주야 요일 계절별 컨텐츠 공유 가능한 유저 디자인 털복숭이 여울이 다리 매력적인 컬렉팅 요소 끝내주는 음악 친구는 동물 친구가 있고 생일도 축하해 준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구매를 망설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개인적으로 구매를 말리고 싶다
이 게임을 좋아할 사람들은
늦어도 동다 때 이미 지갑을 열었으니까
그러니 비동숲인들은
동숲인들이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며
잠자코 4월에나 있을
다른 게임을 기다리도록 하자
아니면 5월이거나
6월일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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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봐요 동물의 숲 Direct 202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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