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어서도 게임기를 붙잡고 있으면 가끔
그 나이 먹고 아직도 게임이나 하냐고
한심하다는 듯 핀잔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심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동물의 숲이 어떤 게임인지도 알았더라면
겨우 이 정도에서 끝나지 않았겠지
게임이 발매되기도 전부터
슻갤에서도 참 시끄러운 게임이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
스타듀밸리 같은 게임인가요
대체 무슨 재미로 하나요
어떤 게임을 좋아하는 데에는
사람 수 만큼의 이유가 있다
그러나 여울이의 털복숭이 다리가 가진 매력까지
죄다 알아보고 있을 수는 없음으로
이번 글에선 내 개인적인 생각 몇 가지만 알아보기로 하자
동물들과 생활하며 마을을 키워가는 게임
동물의 숲을 문장 하나로 표현하면 이렇게 되는데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끝이나 목표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생활하는 게임이니까
그럼 대체 이 게임을 하게 되는 이유가 뭘까
하루 종일 섬을 돌아다니며 잠자리 채를 휘두르고
가만히 서 있는 나무를 갑자기 붙잡고 흔들게 되는 이유
결론부터 말하자면
게임 내에 정해진 플롯이 없고
게임 속 모든 보상이 가시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글에서 마디세이의 파워문에 대해 다뤘을 때
엔딩 후 파워문을 수집하는 단계에서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었다
따지고 보면 마디세이의 게임 구조는
엔딩 전후로 크게 바뀌지 않는다
세계 각지에서 구르고 뛰며
쿠파를 쫓기 위해 연료를 모으던 게임이
더 많은 곳을 모험하기 위해 연료를 모으는 게임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게임이 지루해졌다는 사람이 나올까
바로 시네마틱한 내러티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주로 컷신으로 대표되는 이러한 전달 방식은
비유하자면 자극적인 향신료와 같다
게임 플레이에 서사적인 의미를 부여해
그 재미를 과장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콜오브듀티4가 있는데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해왔던 것처럼
같은 총을 같은 조작법으로 겨누는 것뿐이지만
이 게임은 상황에 대한 묘사로
특정 구간에서 그게 더 중요한 기분이 들게 한다
앞서 말한 마디세이의
피치공주를 구출하자는 목표 역시 같은 맥락이다
플랫포머 게임의 팬인 사람들은
높은 곳에 있는 아이템을 얻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찾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게임 내에서 누군가가 지시를 내려야 비로소 그 필요를 느끼는 것이다
이렇듯 서사적인 목표와 연출은
같은 구조의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고
강렬하게 포장해 플레이어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문제점은
자극이 너무 강해 그만큼 게임의 세밀한 요소들을
간과하기 쉽게 만든다는 점과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든 끝이 났을 때
플레이어에게 상대적인 허탈감을 남긴다는 점이다
서사 중심의 게임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몰입이 깨지는 순간 모든 것이 무의미한
시간 낭비처럼 느껴지게 된다는 점이다
스위치의 또 다른 대표작 야생의 숨결을 한 번 살펴보자
이 게임의 스토리와 내러티브는
역사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완벽하다고 해도 가히 손색이 없는데
서사를 가진 오픈월드 게임 특유의 모순점을
게임 디자인과 캐릭터로 해결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정신을 차려 보면 당신은 기억을 잃고
고대의 욕조에서 반신욕을 즐기고 있다
누군가의 목소리를 따라 가면 곧
당신이 세상을 수호하던 용사라는 것과
세상을 위협하는 존재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거기에 크게 몰두할 의무는 없다
그 중요한 이야기가 와닿지 않는 건
게임을 방금 시작한 당신도
기억을 잃은 링크도 마찬가지니까
야생의 숨결은 이 몇 가지 상황들로
모든 플레이어가 링크라는 캐릭터에 해당되게 만든다
또한 선형적이지 않은 플롯이 이를 뒷받침 하는데
플레이어는 게임 도중 언제라도
하이랄 성으로 가서 최종 위협에 맞설 수가 있다
단지 능력이 되지 않거나
동기가 부족하여 그러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플레이어는 게임 내에서
기억을 되살리고 신수들을 해방하며
이유를 찾고 힘을 기른다
하이랄 전역에 등장한 사당과 코록 역시 마찬가지다
게임 내에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컨텐츠는
모두 가논을 물리치는 것과 연관이 있다
이렇듯 야생의 숨결은
플레이어가 겪게 될 게임 경험에
완벽하게 집중하는 구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이 부분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스토리가 뻔하고 진부하다는 것이다
왜 그런 감상이 나오게 되는 것일까
플레이어가 링크라는 인물에 집중하지 않고
게임의 전체적인 맥락에 먼저 주목했기 때문이다
게임 내의 경험보다
시나리오 감상에 주안점을 두는 것은
물론 취향의 영역이다
그러나 어느 쪽이 우선되느냐는 문제를 떠나서
게임 내에 기승전결이 존재하는 한
플레이어는 그것에도 주목할 수밖에 없다
이는 서사가 개입된 게임 플레이의 명백한 한계점이다
이야기가 어떤 이유에서든
플레이어에게 흥미롭지 않게 되면
멀쩡한 게임 플레이도 재미가 퇴색하고 마는 것이다
동물의 숲은 그딴 걸 모두 쓰레기통에 쳐박았다
숲에는 세상을 위협하는 재앙도 없고
습관성 납치 증후군을 앓고 있는 공주님도 없다
그저 꾸밀 수 있는 당신과 집과 마을이 있고
제멋대로 당신 곁에 이사를 와서는
십 만 단위가 넘어가는 공공사업에
10원짜리나 던져대는 비협조적인 동물들이 있을 뿐이다
때문에 플레이어는 그 어떤 게임보다
이 게임이 가진 박자와 느낌에 집중하게 된다
동물의 숲이 가진 강점 중 하나는
게임의 느낌이 좋다는 것이다
이는 조작감과는 또 다른 부분인데
따지자면 흔히 말하는 타격감에 가까운 항목이다
잠자리 채로 곤충을 잡거나 나무를 흔들어 열매를 딸 때
낚시대로 물고기를 잡거나 삽으로 땅속에 묻힌 화석을 파낼 때
동물의 숲은 각 상황에 맞는 사운드나 애니메이션으로
플레이어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그런데 만일 동물의 숲에
기승전결이 뚜렷한 시나리오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일정 수준 이상 게임을 진행하면
특정 주민이 납치를 당한다거나
잉크로 된 해양 생물에게 섬이 침략 당하면서
게임이 정해 놓은 목표를 따라가게 하는 것이다
만약 그런 전개가 준비되어 있었더라면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겪는 모든 경험들이
일종의 준비단계처럼 귀찮게 여겨졌을지도 모른다
게임의 느낌을 음미할 시간도 없이
그저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순간만을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플롯은 게임 내에 가상적인 스테이지를 만든다
그래서 이야기가 진행이 더디고 변화가 없으면
게임 플레이의 내용과 무관하게
플레이어가 느낄 성취감을 억제하게 된다
특히 동물의 숲처럼
잔잔하고 호흡이 긴 게임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튜토리얼 같은 과잉친절로
플레이어의 지능을 의심해야 하는 오늘날
서사적인 동기가 없다면 사람들이
게임 플레이의 이유를 찾기 어려울 수가 있다
게임에서 가장 우선되어야 할 목표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자발적으로 하게 만드는 것이다
오로지 조작이 재미있는 것만으로는
이제 플레이어를 지속적으로 끌고 가기가 어렵다
결국 게임은 재미를 넘어
플레이어에게 성취감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앞서 말한 또 하나의 이유가 나온다
게임 속 모든 보상이 가시적이라는 점 말이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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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숲이 재미있는 이유를 알아보자 下.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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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딧세이를 더 재밌게 하는 방법을 알아보자.gif
마디세이의 달에 대해 알아보자.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