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에 앞서 본인붕이는 위 제목 중 앞 두 개에 해당한다.
슻붕이라면 동숲 예구는 당연지사고 사는 김에 맵 예쁠 거 같고 평도 괜찮은 게임을 담고 담다보니 아래와 같은 리스트가 만들어졌는데
고졸 백수 주제에 게임에 20만원 일시불을 긁고 자빠졌다니 미친놈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미친놈'이란 건 어디까지나 남들에 의해 정해지는 지위일 뿐...
미친 짓거리를 했단 걸 아무도 모른다면 미친놈이 아니게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아무도 모르게 20만원이나 되는 게임을 사서 배송까지 받을 수 있을까?
여긴 지방의 한 아파트
문을 열면 1층에 바로 세대 현관문이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향할 곳은 바로 이곳
여기가 뭘 하는 곳인진 이 아파트에 산지 15년 째 되어가는 나도 알지 못한다.
?!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는 이곳에 정체모를 상자들이 있다.
는 내가 어제랑 오늘 갖다 놨다. (어제 하나 오늘 하나 온 건데 어젠 택배 받고 다시 나갈 일이 없어서 처리를 못 하고 저기에 그대로 둠. 근데 고대로 잘 있더라)
경위는 이렇다.
1. 결제 당시 택배 기사님께 보내는 메세지에 '경비실에 맡겨주신 다음 바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중요합니다' 라고 적는다. (더 예의있게 쓰고 싶은데 글자 수 제한)
2. 혹시 모르니까 배송 현황을 열심히 확인하며 대기를 탄다.
3. 사진 수 제한땜에 못 넣었지만 스플2, 캡틴토드 둘 다 로젠택배였는데 진짜 경비실에 넣어주시자마자 문자 주심
4. 바로 경비실로 달려간 다음 택배를 수령하고, 혹시 내가 문자를 못 받았는데 경비 아저씨께 택배가 와 있다고 집에 전화오면 큰일이므로 그럴 듯한 변명을 하며 부탁한다.
내 경우엔 "내일 하나 더 올 건데 동생 서프라이즈 선물이라 꼭 제가 받으러 와야 하니까 집에 전화하지 말아주세요"
시발 모든 과정 중 현타가 가장 씨게 온 부분이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게임을 해야 하는 거냐?
일단 해야 하니까 깠다.
여기서도 내가 한없이 초라해진다.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그분께서 엘리베이터 타고 문 닫히는 소리 들릴 때까지 숨죽이며 존버하다 테이프를 재빨리 뜯어야 한다.
히히 곱다
주머니에 안 들어가면 어쩌나 했는데 롱패딩의 커다란 주머니에 아주 딱 맞게 들어갔다. 겨울에 최적화된 방법임.
뜨겁게 초라했던 전쟁의 잔해
도 책임감 있게 처리한다.
빛이다 시발
회생의 사당을 갓 뛰쳐나온 링크에 빙의해 증거를 인멸하러 드디어 바깥 세계를 향해 발돋움해준다.
증거
인멸
넌 일반쓰레기
쓰레기통 바로 옆 놀이터에서 한없이 맑은 얼굴로 뛰놀고 있는 아이들..
너흰 형처럼 되지 마라..
집에 태연한 얼굴로 돌아와 방문을 스윽 열고 들어가자
?
설마 했다 ㅎㅈ택배 ㅅㅂ 이런 데서 평판 차이가 생기는 거다.
라고 해도 고졸 백수보단 누군들 안 나으랴
엄마가 택배 받으신 모양인데 그래도 요번에 고등학교 졸업할 때 받은 장학금으로 겨우 '하나' 산 거라 아무 말이 없으시다.
세 개 우르르 왔으면 그렇지 않으셨겠으니 똥꼬쇼들이 무용지물은 아니었음.
이제 방문을 철저히 닫고 답답했을 잉클링들과 토드를 꺼내주자
쫄려 뒤지겠는데 준내게 안 빠짐
잠시 들어가 있어
ㅎㅎ
그래도 당당히 입성한 애체는 당당히 개봉하고
늘 모아두던 곳에 스윽 넣어주면
'그 택배사'때문에 망칠 뻔 했지만
고졸 백수의 20만원짜리 게임 몰래 사기 성공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