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측면에서, 포켓몬스터 소드/실드는 가장 야심찬 포켓몬 타이틀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결정적으로 퇴보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상한 게임입니다.
포켓몬스터 소드/실드의 약속은 원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레츠고 시리즈는 단순하고 간결한 리메이크였고, 오래된 팬들이나 포켓몬 고 플레이어들을 다시 끌어들일 관문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저는 레츠고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레츠고에서 처음 제시된 많은 아이디어들은 메인 시리즈에도 옮겨올 가치가 있지만, 레츠고에는 빠진 하드코어 요소들도 있었죠. 다음 타이틀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이 있었습니다. 이게 가장 소드/실드의 이상한 점입니다. 이 약속이 지켜졌다고 말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지난 6개월 간 포켓몬 세계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논쟁에 대해서 알고 있을 겁니다. 바로 '전국도감' 삭제입니다. 과거엔 게임을 마친 플레이어들은 비록 해당 지역에 등장하지 않는 포켓몬이라도 이전 작품에서 데려올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는, 가라르 지방에 등장하는 포켓몬들이 플레이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직전 본가 작품인 울트라 썬/문과 비교해보면, 이동셋이나 작은 컷신도 있었죠.
여러분이 소중히 여겼던 것들 중 일부가 분명 없어집니다. 하지만, 솔직히, 전국도감의 부재는 하나의 이슈이자 도화선일 뿐 게임 전체를 정의하는 건 아닙니다. 사실, 게임 프리크의 결정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 게임에는 좋은 점이던 나쁜 점이던, 그것보다 더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소드/실드는 정확히 양분된 두 측면을 보여줍니다. 어떤 면에선 거대하고 아름답고 인상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방금 전에 감명을 준 그 부분에서 실망을 일으킵니다.
포켓몬 배틀의 예를 들어볼까요. 예전이랑 마찬가지로 배틀은 화면 전환을 거친 별도 화면에서 진행되고, 그건 좋습니다. 때때로 그런 배틀 씬은 여러분이 지금 있는 지역을 나타내는 멋진 배경에서 진행됩니다. 스위치의 성능을 살린 너른 언덕들이나 멋진 영국풍 건물들 말이죠. 하지만 그와 동시에 상당수의 배틀들은 배경 디테일이 거의 혹은 전혀 없는 단순히 색칠된 땅과 같은, 마치 악몽과도 같은 공간에서 진행되기도 합니다.
짐 리더와의 배틀은 정말 멋있어요. 트레이너들이 화려하게 등장하는 순간에 큰 소리로 소리치고 응원하는 군중들이 가득한 스타디움을 카메라가 비춥니다. 진짜 멋있어요! 마치 애니메이션의 배틀 장면의 일부가 된 것 같아요. 하지만, 모든 짐 리더와의 배틀은 또 다른 감정없는 공간에서 진행됩니다. 멋진 마주침으로 시작해 놓고는 이어지는 건... 없어요. 빵 터트리는건 맨 뒤에 나옵니다. 짐 리더와 만나는 장면은 흥미롭고 다이맥스도 좋은 기믹입니다. 하지만 거기서 이어지는 배틀 연출은 실패했습니다.
이런 당근과 채찍들은 곳곳에 있습니다. 어떤 컷신은 포켓몬 사상 최고 수준입니다. 캐릭터 제스처, 카메라 앵글 조작... 하지만 수정도 안한 초안인 거 마냥 틀에박힌 애니메이션, 카메라를 가로막는 것처럼 디자인 된 장면들도 있죠. 이 게임은 휴대 모드에 최적화되어 있지만, 터치 스크린은 지원하지 않습니다. 큼직한 버튼의 UI가 갖춰져 있는데도 말이예요. 경우에 따라서는 최근 게임에 멀쩡히 있었던 터치 기능도 갑자기 사라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전통적인 '공중날기'를 대체한 빠른 여행 기능처럼 말이죠. 그건 이제 관련 애니메이션도 없습니다. 사용하면, 화면이 암전되고 새로운 지역에서 이어질 뿐입니다. 예전 게임들은 이런 기능에 대해서 애니메이션을 준비해놨었는데요. 이상합니다.
이런 것들은 개발팀이 단순히 시간이 부족해서였는지 궁금합니다. HD 개발의 현실이 명확해지면서 개별 배틀 화면을 제작하는 건 미뤄둬야 했다라는 뭐 그런 계획이 있었던건지 말예요. 소드/실드를 포함해서 JRPG 개발자들은 첫 HD 콘솔 세대에 많은 어려움을 겪곤 했고, 그 과정에서 게임들이 희생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포켓몬스터의 개발사 게임 프리크는 오랜 기간동안 "휴대기기"라는 실드를 받고 있었지만, 이제 스위치에선 HD 악마가 문을 똑똑 두드리고 있네요. 기본적으로 파이널 판타지 13의 공기가 느껴집니다. 워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가장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포켓몬 게임 중 하나입니다. 가라르 지방은 역대 가장 좋아하는 포켓몬 지방입니다. 제가 영국인이라서가 아니구요. 제 모국의 문화가 반영된 포켓몬 세계관을 본다는 것이 좋은 쪽의 편견을 불러일으켰다는 게 맞기는 한데, 이 시리즈에서 그런 면을 잘 표현해냈다는 것도 분명 사실입니다. 더 강력해진 기기 사양 덕분에, 보다 복잡하고 세부적인 세계 디자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마을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여정은 여전히 친숙합니다. 당신은 어린 포켓몬 트레이너가 되어 챔피언이 되고자 고향 마을을 떠납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가장 친한 친구의 형이 현 챔피언입니다. 그는 스포츠의 형태를 가진 체육관 도전에 임하도록 당신과 당신의 친구를 돕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체육관 대결은 영국스러움이 잘 드러난 거대한 경기장에서 열립니다. 몇몇 응원들은, 대사를 읽어보면 알 수 있는데, 잘 알려진 축구 응원가에서 따오기도 했습니다.
당신은 짐 리더들을 거치며 압축된 영국의 곳곳을 여행합니다. 당신이 유명해질수록 사람들은 당신을 알아보기 시작하고 마을에서 당신을 응원합니다. 길을 오가며 당신은 포켓몬을 포획할 수 있고 트레이너와 전투를 하는 등 전형적인 RPG를 플레이하게 됩니다. 포켓몬은 늘 전투의 깊이를 더하는 요소들을 통해 하드코어 유저들이 숨겨진 수치나 스탯을 따지도록 했는데, 이번 작에도 다 존재합니다.
이번 작품의 가장 큰 변화는 와일드 에리어로, 포켓몬이 처음으로 열린 배경을 시도한 것입니다. 당신은 이 지역에 곧바로 진입하게 되는데, 놀랍게도 가라르 지방의 상당 부분을 가로지르고 몇몇 핵심 도시들을 연결합니다. 크기로 보면 와일드 에리어는 스카이림보다는 게임큐브 시절 젤다 하이랄 필드랑 비슷한 것 같은데, 그래도 잘 어울리고 탐험도 즐겁습니다.
와일드 에리어에서는 레벨 50짜리 포켓몬을 들어가자마자 볼 수 있고, 당신을 KO 시키기 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선택은 당신의 몫입니다. 스토리를 밀기 위해 다음 마을로 달리거나 아니면 강한 포켓몬을 잡기 위해 잠시 멈춰 탐색을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게임 막바지에는 와일드 에리어에서 포획, 육성 및 다른 유저와의 대결을 위해 팀을 정비하게 됩니다. 또한 레이드 배틀을 통해 포켓몬 고와 유사한 방식으로 팀을 구성하여 강한 포켓몬을 상대할 수도 있습니다.
와일드 에리어는 현명한 시스템인데요, 물론 너무 빨리 레벨 50짜리 포켓몬을 포획해서 게임을 끝내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 불필요한 바리케이트들이 설치되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예전 타이틀들보다 더 개방적이고 탐험 욕구를 불러일으킵니다. 유일한 단점은 와일드 에리어가 퍼포먼스 결함을 극명히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전체적으로 퍼포먼스는 혼합되어 있긴 한데, 와일드 에리어는 특히 소드/실드의 결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무가 8피트 앞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걸 보면, 이게 야생의 숨결이나 루이지 맨션, 스카이림 이식판이 돌아가는 기기가 맞는지 고민하게 될 겁니다. 셋 다 퍼포먼스가 훨씬 낫죠.
와일드 에리어는 자주 방문하는 게 좋고 실제로 그렇게 해야 합니다. 레이드 참여 보상은 매우 중요하고, 나중에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돌아와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마지막 네 체육관은 매우 빠르게 이어지거든요. 와일드 에리어는 게임 후반부 및 엔딩 후를 모두 담당하는데, 이곳을 통해서 실전을 위한 팀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주목할만한 건 당신이 무시할 수 있는 개방형 공간에 집중한 결과, 직선적인 스토리는 시리즈들 중에서 짧은 편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그 대신으로 주어지는 것이 와일드 에리어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인 것이죠.
곳곳에는 사랑스럽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있으며, 썬/문보다 덜 짜증나는 베스트 프렌드 라이벌, 그리고 진짜 악역에 속하는 라이벌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맘에 든 점은 게임 내내 왕과 관련된 신화와 반드시 들이닥칠 세상의 종말 위협에 대한 설정이 깔려있다는 것인데,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 것들은 배경 속에서 사라지고, 어린아이인 당신은 체육관 도전이라는 중요한 것에만 초점을 맞추면 됩니다. 포켓몬의 어린아이다운 매력과 즐거움에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
이런 어린아이다운 매력은 포켓몬의 비장의 무기입니다. 이 시리즈의 공식에는 "다 잡을 수 없는(cannot catch them all, 전국도감 삭제 관련 언어유희)" 본 게임에서마저도 거부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이 캐릭터들과 캐리커쳐된 세계에 대해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고, 비록 소중한 동료들이 사라졌지만, 많은 새 포켓몬들과도 금방 친해지게 됩니다. 사랑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기에 저는 진심으로 개선판을 통해 이 세계가 두 번째 기회를 얻길 바랍니다. 포켓몬 시리즈들의 세 번째 작품, 즉 세대별 결정판에 대해서 지금보다 더 잠재력을 느낀적이 없어요.
사실, 닌텐도랑 포켓몬 컴퍼니는 도감과 관련된 팬들의 외침이 커져가고 있음에 따라 아마 자신들의 실수를 강제로라도 깨닿게 될 것 같습니다. 하드코어 팬들을 만족시킬 포켓몬 경험을 약속했음에도, 이 게임은 사실 오히려 레츠고 같습니다. 그 말인 즉슨 플레이를 아무리 하더라도, 포켓몬 팬일수록 더욱 실망하게 된다는 뜻이죠. 희한하게도, 개발팀이 HD 개발에 착수하는 동안 서둘러 개발된 그 스핀오프보다도 덜 세련된 것 같기도 합니다.
이건 수수께끼이자 역설입니다. 포켓몬스터 소드/실드는 너무나도 실망스럽고, 일부 장소에서는 실제로 미완성 작품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이 시리즈에서 기대하는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도 받을 수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아무리 좌절스럽더라도, 엔딩을 볼 때까지 이 게임을 내려놓으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가라르 지방이라는 설정과 새로운 포켓몬들은 추천할 만 하지만, 단점 목록도 많습니다. 이번 출시와 관련된 팬들의 과장을 생각하면 장점을 더 강조하는 것도 좋겠지만, 이 작품은 결국 우리가 기대해왔고 약속받았던 혁명은 아니며, 어쩌면 몇몇 분들은 개선된 확장판의 출시를 기다리는 걸 선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테스트 기기: Switch(기본), Switch Li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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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이새끼들 레츠고로 뉴비 유입 시키고 하드게이머는 본가에서 만족 시킨다더니 해보니까 개실망 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