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7일 GMT 14:00, Alex Donaldson 씀
'모두 잡고 말 거야'가 '조금만 잡고 말 거야'임이 밝혀진 이후, '포켓몬스터소드/실드'는 인터넷상에서 다소 어려운 시기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마침내 조금이나마 직접 플레이해 본 이 게임은 대단히 훌륭했습니다.
저는 '포켓몬스터소드/실드'가 가장 대규모의 포켓몬스터 게임이라고 감히 얘기하고자 합니다. 개발진 인터뷰에서도 밝힌 '최대, 최강의 포켓몬스터'라는 주제는 게임에 아주 잘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가라르지방의 체육관을 돌며 챔피언이 되는 과정 얘기지요.
낯익은 포켓몬들이 거대해진 것처럼 보이게 하는 '다이맥스'에서도 이러한 테마가 드러납니다. 게임 전체에 걸쳐 드러나는 이러한 장대함은 이제는 익숙해진 포켓몬스터의 여러 전통과 섞여 매력적이고 신나는 모험을 낳고 있습니다.
일례로 게임의 스토리를 보면, '포켓몬스터소드/실드'의 내러티브는 종종 멈추어 전통적인 컷 씬을 통해 진행됩니다. 기존에는 시점도 고정된 채로 텍스트로 가득한 박스만이 바뀌던 것이 이제는 몸을 돌리고 말하는 대로 입이 따라 움직이는 등 다양하게 움직이는 캐릭터들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전통에 따라, 성우가 녹음한 캐릭터 대사는 없기 때문에 캐릭터들이 입을 놀리고 뒤에서는 펑키한 음악이 흘러 나오는 것에 맞춰 텍스트가 재생됩니다.
이는 확실한 진보이자 시네마틱 영상을 활용하고자 했던 '포켓몬스터 썬/문'을 계승하는 것이지만, 가끔씩은 다소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인상적이면서도 기묘한 이러한 진행 방식은 세 마리의 스타팅 포켓몬을 소개할 때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세 포켓몬들이 서로 어울려 장난치며 노는 짧은 슬랩스틱 영상을 통해 각각의 성격과 능력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포켓몬스터소드/실드'입니다. 대단히 발전한 것처럼 보이다가도 단순히 화질만 높아진 전작의 재구성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바로 이 사실이 이 게임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 중요합니다.
훨씬 아름답고 상세하게 표현된 동적인 세계가 펼쳐지고 있지만, 배틀 시스템은 크게 달라진 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똑같은 동작을 취하며 나오는 똑같은 야생 포켓몬들이지요. 일부 포켓몬을 쳐내는 결정이 실제로 많은 변화를 이끌어 낸 것 같지만, 결국 바뀌지 않는 것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여전히 충실합니다. 많은 일이 일어나고 즐거운 순간들이 벌어질 것입니다.
'포켓몬스터소드/실드'는 진정한 포켓몬스터의 전통을 하나 부수었습니다. 지루한 첫 마을에서 걸어나가는 것 말이죠. 이번 모험은 영국을 본뜬 가라르지방을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친구이자 라이벌인 호브는 인기 스타인 현 리그 챔피언 트레이너 단델의 동생입니다. 게임 초반부에 고향으로 돌아오는 단델은 기차역에서부터 그의 리자몽을 본뜬 손 동작으로 하나로 뭉친 팬들의 군중에 둘러싸입니다.
이러한 사소한 차이는 가라르지방이 지닌 다른 지방과의 차이점을 잘 보여줍니다. 이곳에서 포켓몬 배틀은 하나의 스포츠로 대우받고 있습니다. 트레일러에서 공개된 것과 같이 배틀은 수많은 관중이 응원하는 경기장 내에서 진행됩니다. 이러한 시도는 게임에 역동성을 더할 뿐 아니라 토너먼트 형식의 배틀을 통해 싸워 나가는 애니메이션 시리즈에 가까운 경험을 제공합니다.
포켓몬 컴퍼니와 닌텐도 측에서는 아직 밝히고 싶지 않을 정보들이 있기 때문에 90분 플레이 체험에서의 새로운 포켓몬들에 대해서는 자세히 적지 않겠습니다. 하나 말할 수 있는 것은 '영국스러움'이 대단히 잘 묻어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영국인이라 그러한 느낌을 더 잘 포착할 수 있었기도 하지만, '포켓몬스터소드/실드'는 그 모티브와 가장 가까운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포켓몬들에게는 영국식 표현을 잘 살린 이름도 있고, 저희 동네 공원에서도 볼 수 있는 동물들과 닮았을 정도로 영국의 생태계에 잘 어울리는 컨셉이 주어져 있습니다. 이 90분간의 플레이 이후 신종 포켓몬의 수가 상당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영국스러움'은 아주 깊이 침투해 있습니다. 악역의 방에 놓인 닌텐도 스위치를 선택하면 "최신 게임기가 Telly 옆에 놓여 있다"라는 메시지가 나옵니다. Telly라고요!(역주: 텔레비전의 영국식 표현) NPC들은 플레이어를 mate(역주: 형씨 정도의 표현, 영국계 영어에서 쓰임)라고 부르며, 포켓몬 센터에는 술은 팔지 않지만 영국식 펍과 정확히 똑같은 카운터가 입주해 있습니다. 건축물들의 디자인에서도 졸린 영국식 마을의 기운이 드러납니다. 우르의 존재도 아주 잘 어울리게 되었지요. 양 포켓몬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우르는 사람 사는 냄새 가득한 통근 기차 창문 너머의 영국 농장의 풍경에서 굴러다니는 모습이 더없이 잘 어울립니다.
닌텐도 스위치의 고해상도 스크린은 이런 면에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게임보이 시절과 같이 여전히 대부분의 시점은 각도가 고정되어 있고 탐험은 틀이 정해져 있지만, 비주얼적인 충싫함이 이 세계를 살아 숨쉬게 돕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포켓몬스터소드/실드'의 가장 감명 깊었던 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떠나고 싶지 않은 하나의 세계를 구현해낸 것이죠.
첫 90분은 여러분이 상상하시던 것 그대로입니다. 주인공은 집에 없는 아버지의 오래된 배낭을 매고 모험에 나섭니다. 그리고는 스타팅 포켓몬을 만나고, 첫 배틀 몇 번을 겪고 초반 도로에서 몇 마리의 포켓몬과 마주치는 동안 만났던 캐릭터들은 게임의 주역이 됩니다. 하나 재미있는 점은 이번 작품의 특징인 '와일드에리어'에 처음으로 진입하는 시기가 대단히 빠르다는 것입니다.
(역주: 고화질 원본은 원문 기사에서 클릭해서 볼 수 있음.)
와일드에리어를 처음 접하는 분들께 간단히 설명하자면, 일종의 오픈 월드적인 실험적 컨텐츠입니다. 광대한 자유 공간에서 수많은 포켓몬들과 마주할 수 있는 곳이죠. 강력한 포켓몬들도 자리잡고 있고, 잘못 걸리면 도망치라는 도움말도 나옵니다. 아주 강한 트레이너들과도 배틀하게 됩니다. 와일드에리어는 최근 작품들보다 플레이어를 좀 더 신뢰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곳입니다. 스토리를 계속 진행하기 위해 그대로 길을 헤쳐 나와도 되지만, 더 광대한 모험을 향해 나설 자유가 함께 주어집니다.
와일드에리어는 포켓몬스터 레츠고 시리즈와 같이 필드에 포켓몬들이 직접 등장하는 공간입니다. 따라서 원치 않는 배틀은 피할 수 있습니다. 와일드에리어가 아닌 곳에서는 전통적인 풀숲과 랜덤 인카운터가 이루어집니다. 이 두 스타일의 명쾌한 결합은 이제 서로 다른 시스템이 잘 자리잡은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로 그것이 이 게임의 가장 기묘한 점입니다. 저는 이전에 '전국도감 복귀 청원 사태'를 다룬 글을 쓴 적이 있고, 이때 포켓몬들을 쳐내면서까지 만들었다면 보다 크게 진보하고 배틀은 더 역동적이고 즐겁게 진화해야 한다고 쓴 바 있습니다. 그러한 걱정거리들이 이번 체험 이후로 깨끗하게 사라졌습니다. 처음 보는 포켓몬들과 만날 때마다 사라진 오래 된 포켓몬에 대한 아쉬움이 무뎌졌고, 배틀을 보다 빛나게 하려는 노력은 아직 조금 부족하지만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저는 새로운 포켓몬스터의 모험을 매우 기대하고 있습니다.